CoC 시나리오 <콜 오브 시칠리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Pc로 플레이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열람을 삼가세요.
CP:내쉬적
KPC내쉬 골드 Jr. PC아카시
GM: 혜성 탐사자: 당사
*주의사항: 레이시즘적 발언, 섹드립(주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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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하지.’ 라고들 말하던가? 오래 됐고 또 입에 잘 감기는 문장이지.
하지만 너한텐 안 맞아. 조금 변형해서 이렇게 얘기해 볼까. ‘넌 절대 날 거절 못 할 거야.’
자, 이제 어때?
그렇죠, 이 개새끼. 하지만 개새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당신도 참 당신입니다.
당신은 로마를 근거지로 하는 조직 ‘베누스’의 촉망받는 인재입니다. 하는 일마다 깔끔을 넘어 완벽하게 처리했죠.
모두가 당신을 우러러 봅니다. 어쩌면 다음 언더보스는 당신일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그런 당신의 파트너가 어째서, 이런 헛소리나 하는 놈인 걸까요.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렇게 어이없는 제안도 아니었습니다. 언더보스인 아가타가 최근 들여온 조각상 하나를 빼돌리기만 하면 앞길 탄탄대로일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거든요.
어쨌든, 승낙의 결과에 의해 여차저차, 무사히 조각상을 빼내는 일에 성공한 두 사람은 기차에 오른 채로, 밤을 달리고 있습니다.
침대 칸. 팔레르모 센트럴 역까지, 편도 50유로.
CoC 7th 팬메이드 시나리오
콜 오브 시칠리아
w. 김이박
Kpc. 내쉬 골드 Jr. / Pc. 아카시 세이쥬로
—
오후 11시 30분.
덜컹, 하고.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창 밖은 칠흑 같은 어둠만 깔려 있습니다.
팔레르모 센트럴 역에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한 나절 정도 남았습니다.
방금 기장이 표 검사를 마치고 나간 참입니다. 아카시의 앞에, 한 손에 음료수를 병을 든 채로 내쉬가 껄렁하게 앉아 있습니다.
발치에는 스포츠백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조각상이 고이 들어있는 검은색 가방을 끼고요.
9:14PM내쉬 골드 Jr.:새삼스럽지만 너도 참 간이 크다니까. 보스 앞에서는 얌전한 낯짝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9:19PM아카시 세이쥬로:너야말로 적당히 표리일체하고 남들앞에서 내숭떠는 연기라도 해보는건 어때, 내쉬.
9:23PM내쉬 골드 Jr.:뒤로 호박씨 까는 놈들은 나 아니어도 충분히 많아. 물론 그 중 제일은 너다. 보스도 네 실체를 알아야 하는데.
9:24PM아카시 세이쥬로:겉으로도 누구보다 이득 챙기는 것에 열심인 너에게 그런 말을 듣고싶지는 않아. 뭐, 저맥락 문화속에서 살아왔던 너에게는 이해 안되는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9:27PM내쉬 골드 Jr.:(익숙하게 아카시의 말을 못 들은 체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더러워진 바닥은 무시한 채 발치에 놓인 제 가방만 탁탁 털었다.)
9:36PM아카시 세이쥬로:걸리면 어떻게 죽을지를 걱정하는건가? 그렇게 간이 작은 남자인줄은 몰랐는데.
9:38PM내쉬 골드 Jr.:뭐야? 그럴 리가 있겠냐. 안 걸릴 거 확실히 안다고. 그냥 유흥으로 가정해 보자는 거지.
9:42PM아카시 세이쥬로:글쎄... 평소 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머리에 구멍 한두 개 뚫리는 걸로 끝나는 것도 다행이겠지.
9:44PM내쉬 골드 Jr.:크크, 이런 데서 곱게 일해온 게 티가 나는구만. 뭐 너야 그 정도로 끝날 수도 있겠는걸.
10:27PM아카시 세이쥬로:네가 아무리 멋모르고 날뛰는 발정기 종마같은 놈이라고는 해도, 제 안전도 확보되지 않은 일에 엉덩이부터 들이대는 일은 그다지 보지 못한 듯 해서 말이야.
10:32PM내쉬 골드 Jr.:내가 생각보다 저평가받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네? 그거 칭찬으로 듣지. 아, 칭찬엔 칭찬으로 갚아야지. 난 네가 그 얼굴로 혓바닥을 걸레처럼 놀릴 때가 참 좋더라.
10:37PM아카시 세이쥬로:(내쉬가 낄낄거리며 건네오는 말은 무시한 채 기차의 팔걸이에 턱을 괴어 그의 손아귀에 들린 조각상을 비스듬히 올려다본다.) 그래서 그 조각상이 뭐길래 그렇게 군침이 도는 물건인 거지?
10:40PM내쉬 골드 Jr.:(대답은 안 하고 조각상을 불쑥 아카시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최고로 못생긴 조각상. 아주 큰 인류사적 가치가 있지.
10:43PM아카시 세이쥬로:... (들이밀어진 조각상을 잡은 손을 옆으로 밀어내며) 헛소리 집어치우고. 아주 큰 인류사적 가치를 지닌 내쉬 골드 주니어.
10:52PM내쉬 골드 Jr.:지금은 말 해줘도 네 똑똑한 머리통으로는 이해하지도 못할 거다. 꼬치꼬치 캐묻는 건 집어치우고 이번 기회에 휴가라도 간다고 생각해. 뒷일이 정리될 때까진 어차피 이걸 처분하지도 못하고 들고선 어디 짱박혀 있어야 하니까.
10:57PM아카시 세이쥬로:(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아...너와 같이 해변에서 물놀이나 하는 게 휴가로서 성립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보다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한 헛소리로 응수하는게 네 지독한 취미였다는걸 까먹었군.
11:01PM내쉬 골드 Jr.:(실컷 하이텐션으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다가, 별안간 침대 위로 다리를 척 올리고 팔을 괴고 옆으로 누웠다. 그리곤 부러 과장되게 의미심장한 눈길로 맞은 편의 아카시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입꼬리는 한껏 끌어올린 채다.)
11:08PM아카시 세이쥬로:없어.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일본인은 전체의 약 1퍼센트 내외밖에 기독교를 믿지 않아서 말이야.
11:15PM내쉬 골드 Jr.:종교가 그거 밖에 없나. 섬나라 원숭이들은 신토인지 뭔지 자기들끼리 이상한 것도 하잖아? 괴상한 옷 입고 인신공양 같은 의식을 한다던가. 그런 거 있을 것 같은데.
11:19PM아카시 세이쥬로:있다 하더라도 네가 질문했을 때 상정했던 "종교"가 그런 종류일 것이라고 짐작하는게 더 말도 안되지 않나?
11:34PM내쉬 골드 Jr.:너야말로 머리가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잖아.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일들이 많다고. 지금도 어디 한구석에서 원숭이들이 뭔가 쑤석거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응?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 있으니까, 들어갈 것도 못 들어가는 거 아냐. 힘 좀 빼 봐. 머리에.
11:40PM아카시 세이쥬로:(미세하게 찌푸려진 눈을 의식적으로 고쳐 뜨고) 그래서 갑자기 종교 얘기는 왜 꺼낸거지? 그 조각상에 뭔가 연관되지 않고서야 네가 나의 종교관 따위 궁금해 하지 않을거라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내쉬가 선심 쓰듯 입을 열려는 찰나,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스낵을 실은 카트가 침대 칸 옆에 정차합니다.
다양한 메뉴를 살 수 있겠네요. 카트에는 감자 과자, 음료, 주류, 꼭 어떤 소설에서 본 것 같은 개구리 모양 초콜릿, 젤리 등이 들어 있습니다.
11:47PM내쉬 골드 Jr.:(몸을 일으켜세워 앉으며) 오, 마침 뭔가 땡겼는데 잘 됐다. 너도 먹을 거냐?
11:50PM아카시 세이쥬로:글쎄...간식류는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거라면 뭐든 크게 상관 없지만.
11:54PM내쉬 골드 Jr.:그래? 그럼 이걸로. (라거 맥주 네 캔을 카트 주인으로부터 받아든다.)
11:56PM아카시 세이쥬로:...너는 맥주를 보리로 바꿔놓는 변환기를 식도에 달아놓기라도 했나?
12:00AM내쉬 골드 Jr.:어차피 끝난 일이나 다름없는데 무슨 상관이야?
12:03AM아카시 세이쥬로:(내쉬의 말을 외면하며 카트 주인에게 생수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건네받는다.) 끝난 일이나 다름없는 것과 끝난 일은 다르지. 그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말을 지금껏 많이 봐와서 말이야.
12:04AM내쉬 골드 Jr.:네가 아까 말한 대로 걸릴 일도 없는데, 끝내주는 편집증이군. 보스 옆에 있다가 뭐 옮았냐? 아니면 원래 자기랑 비슷한 놈이라 끼고 돌았나. 아무튼 알아서 해.
12:08AM아카시 세이쥬로:(입안에 든 샌드위치를 삼키고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무슨 괴담?
12:10AM내쉬 골드 Jr.:기차를 타면 창 밖에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팔다리 긴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는 거.
12:11AM아카시 세이쥬로:안 그러면?
그 말 뒤에는, 으레 안 그랬을 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와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 설명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요.
의아함에 내쉬를 쳐다보면…
침대에 제대로 눕지도 않고, 앉은 채로 벽에 머리를 박고선 잠들어 있습니다.
……피곤했던 걸까요?
12:16AM아카시 세이쥬로:(어이없는 표정으로 내쉬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며) 술만 들어가면 곯아떨어지는 타입이었나? 본인 손으로 4캔이나 사놓았으면서.
말상대도 없어졌겠다, 아카시도 슬슬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침대에 몸을 누입니다.
—
새벽 1시.
…잠깐 졸았다 깬 것 같네요.
깜박, 깜박. 하고 기차 안의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꺼져 있어야 할 불입니다. 전등 고장인 것 같군요.
12:22AM내쉬 골드 Jr.:아, 썅......(번쩍거리는 빛에 눈이 부셨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간 전등을 쳐다보던 내쉬가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다가, 차장을 찾아보겠다며 다른 칸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눈 옆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갑니다. 창문 바깥쪽입니다.
창문 밖으로, 팔다리가 이상할 만큼 긴 사람 하나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차, 분명히 움직이고 있지 않던가요?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어째서 계속 창문에 비치고 있는 거죠?
검은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쓴 그 사람이 이 쪽으로 다가오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AN(1/1d2)
12:25AM아카시 세이쥬로:
아카시, 이성 -1.
그리고는,
깜박, 하고.
기차 내부의 모든 불이 환하게 켜집니다.
창문 밖에 있던 수상한 것은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군요.
내쉬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차장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내쉬의 발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것은, 아까 전 사라졌던 스낵 카트를 끄는 소리입니다.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문 앞에서 멈춰섭니다.
이어서 똑똑, 하는 가벼운 노크 뒤에, 스낵 카트의 주인이 칸의 문을 열고 맞은편에 앉습니다.
12:29AM???:밤이 좋지요?
주인의 얼굴을 그제서야 자세히 보면, 묘하게 중성적인 외모의 아름다운 남자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12:30AM???: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들을 좋아하는데… 선호하지 않는 축도 있다더군요.
12:36AM아카시 세이쥬로:(살짝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렇긴 하죠. 하지만 인간이란 그러한 관계라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12:44AM???:아뇨, 지나가다 들렀을 뿐이랍니다. 이런 밤엔 새로운 인연과의 대화를 하고 싶어지거든요. 제 취미 같은 거죠. 기차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래도 당신들처럼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12:46AM아카시 세이쥬로:아... 잠시 휴가를 얻게 되었는데 그곳에 좋은 해변이 있다고 들어서요.
12:47AM???:흐음. 보아하니 당신 파트너가 멋대로 끌고 간 모양이네요. 제 말이 맞죠?
12:49AM아카시 세이쥬로:(살풋 찡그려 웃다가) 네. 아무래도 방금 말씀하신 그런 유형의 사람이기에 저를 그곳까지 끌고 가게 될 수 있던 것이라 봐야겠죠.
12:53AM???:후후, 고생이 많네요...... 파트너 분도 당신이 맞춰 주는 걸 알고 고마워해야 할 텐데 말이죠.
12:54AM아카시 세이쥬로:뭐, 그런 걸 알아주길 기대하는 상대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쪽이 저에게 맞춰주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12:57AM???:이런. 사람은 흔히 곁에 있으면 소중한 줄 모른다잖아요. 이번 휴가 때 살짝 없어져서 곯려 주는 건 어때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12:59AM아카시 세이쥬로:하하, 글쎄요. 그 순간에는 속 시원할 지 모르지만 그녀석도 그대로 당하고만 있는 타입이 아니라...
1:03AM???:(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관계에는 밀고 당기는 게 있어야 재밌는 건데. 그것 참 아쉽군요...
독특한 사람이네요. 아무래도 둘 사이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뭐 내버려 둡시다. 다시 볼 사람도 아닐 텐데요.
아니면... 직장 동료 사이라는 것을 어필해서 오해를 풀 수도 있고요.
1:08AM아카시 세이쥬로:평소에는 일이 끝나면 서로 얼굴을 맞댈 일도 거의 없는 사이지만 이번엔 어떻게 같이 시칠리아까지 가게 되어서 조금 신기하기는 해요.
1:09AM???:아, 그러셨군요.
빙글빙글 웃는 게,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닙니다...
1:11AM???:어디 보자, 이번엔 당신 파트너 말고 당신 얘기를 해 볼까요. 저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해서, 좀 시적으로 말해 보자면ㅡ
1:12AM아카시 세이쥬로:음.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을까요.
1:12AM???:여기서는 당신이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1:13AM아카시 세이쥬로:그렇군요. 굳이 따지자면... 황야의 밤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남자가 잠시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다음 순간 무언가를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웃습니다.
1:15AM???:저는 이만 가 봐야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
그 말을 남기고는 다시금 카트를 끌고 저 편으로 사라집니다.
멀어져 가는 길고 검은 머리가 유독 시야에 달라붙을 때, 내쉬가 차장을 끌고 돌아옵니다.
차장이 전등을 이리저리 만진 후, 불은 꺼지고, 기차 칸은 다시금 어둠 속으로 잠깁니다.
잘 자. 하는 밤 인사가 들렸던 것도 같아요.
졸음이 머릿속을 부드럽게 쓸어내립니다…….
—
아침 11시 30분.
…….
꿈 속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세게 여닫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 소리.
꿈?
아니, 이거 꿈이 아니에요!
퍼뜩 눈을 떠 보면, 주변은 심하게 소란스럽습니다.
기차 안을 점거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를 쫓아온 건지는 명백합니다!
이번 일은, 이대로 물거품이 되는 걸까요.
앞쪽에 앉은 내쉬 또한 사색이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느낌에 밖을 보면ㅡ
밖은 온통 바다입니다.
1:20AM내쉬 골드 Jr.:팔레르모 센트럴 행…젠장, 이 기차 배 타고 바다 건너가.
그야 그렇겠죠. 시칠리아는 섬이니까요. 당연하고 문제 될 것 없었던 사실인데,
지금은 좀… 문제가 되네요. 바다 위에서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요?
1:22AM내쉬 골드 Jr.:........임무 수행할 때 잠깐씩 떨어져 있었어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된 거 기억하지?
1:27AM아카시 세이쥬로:...그래. 시칠리아 해변에서 시체를 기다리고 싶진 않으니 살아서 돌아와.
1:28AM내쉬 골드 Jr.:…이거 잘 끝나면 여행이라도 가자. 같이 지긋지긋한 이탈리아를 뜨자고.
내쉬의 말은 확신에 차 있으나 묘하게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1:30AM아카시 세이쥬로: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더니. 불안해지면 어조가 누그러워지는 습관이라도 있나봐? ...여행은 모르겠지만 후자에는 동감이야.
말을 끝맺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 칸의 문이 열리고….
누구와 꼭 닮은 금발, 검은 옷들 사이에서 유독 튀는 하얀색의 정장.
언더보스, 아가타입니다.
1:32AM아가타:(내쉬를 흘겨본 뒤 한쪽 입꼬리만 올려, 비틀린 듯한 웃음을 짓는다. 이어서 시선이 향하는 곳은, 아카시가 있는 자리.)
아가타의 손이 움직입니다.
그 동작은 뻔하죠. 눈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정장 속에 있는 총을 쥐기 위해.
그 순간 내쉬가 아가타의 배를 발로 걷어차 당장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가합니다.
그러더니 검은 정장들을 밀치고, 기차의 출입문 쪽으로 아카시의 손목을 잡고 달립니다.
두 사람은 출입문 앞에 서서, 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문은 여는 대로 열립니다. 기차가 배 위에 있으므로,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있는 까닭에 문을 잠가 두지 않은 거죠.
배의 갑판이 발에 닿고, 내쉬는 아카시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예의 그 불길한 말을 뱉습니다.
1:35AM내쉬 골드 Jr.:그거 잃어버리지 마라. 꼭 다시 올 거니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다 도착한 시칠리아 섬의 해변, 아마 헤엄쳐 가면 도달할 수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상대가 지금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명백하겠군요.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내쉬는 조각상이 들어 있는 가방을 품 속에 떠밀더니,
곧 아카시의 몸을 난간 바깥으로 밀어젖히고,
물보라가 요란하게 흩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메웠습니다…….
—
오후 1시.
짠물을 잔뜩 집어삼키고, 쫄딱 젖은 채로 겨우 도착한 해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하죠. 잠시 떨어져 있자고 했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조직의 어린 유망주 아카시 세이쥬로는 지금… 더없이 아름다운 시칠리아 섬에, 홀로, 조각상이 든 가방만을 든 채(이건 왜 헤엄칠 때 떠내려가지도 않았던 거죠?) 멍하니 서 있게 되었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몸의 물이 증발하면서, 냉기가 몸을 감싸 옵니다.
이러다 저체온증 걸리게 생겼군요. 추워요. 몸이 추운지 마음이 추운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눈 앞에 있는 것은 시골 마을이 아닌 작은 도시입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잠깐 몸을 의탁할 곳이라도 찾아 볼까요?
[생선 가게], [레스토랑], [광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1:45AM아카시 세이쥬로:몸이 젖은 상태로 사람이 많은 광장에 나서는건 좋지 않겠어...
[레스토랑]
좋은 냄새가 살살 풍겨옵니다.
파스타, 티본 스테이크, 라자냐…이런저런 음식들이 서빙되고, 사람들은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는 중입니다.
쫄딱 젖은 누구와는 대비되는 풍경이네요...
듣기 판정.
1:49AM아카시 세이쥬로:
근처의 몇몇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1:50AM행인1: 있잖아, 예전에 이 부근에 있었던 일 들은 적 있어?
1:50AM행인2: 뭔 일?
1:51AM행인1: 뜬소문 같은 거긴 한데, .....가 한창 유행해서 사람이...... . 그 단체가 .....을 하고….
1:51AM행인2: 뭔 개소리야. 마피아가 사람 쏴 죽였다는 게 시칠리아에는 더 어울리겠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습니다.
잠시 그곳에 있으면, 웨이트리스의 흘끔대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가지고 있던 현금은 젖어서 다 찢어진 탓에 쓸 수 없을 것 같네요...
옷도 반쯤 말랐고, 이제 나가 볼까요?
1:59AM아카시 세이쥬로:이곳 사정을 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아가타가 무리를 끌고 어디까지 찾아왔는지도 신경쓰이고.
[생선 가게]
비린내 나는 물고기들이 가판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습니다. 탁하게 막이 낀 생선 눈깔과 눈이 마주친 것 같습니다.
친절해 보이던 주인은, 다가온 사람이 이방인인 걸 눈치채자마자
표정을 굳힙니다.
2:04AM생선 장수: (경계하는 얼굴로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2:12AM아카시 세이쥬로:(최대한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유창한 이탈리아어를 쓰며) 실례합니다. 혹시 이 주변에서 덩치가 크고 사납게 생긴 금발 남자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생선 장수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습니다.
2:15AM생선 장수: 몰라. 나는 당신네들 일에 엮이고 싶은 생각 없소.
2:18AM아카시 세이쥬로:(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을 지어보인다.) 당신네들이요? 그러고보니 조금 전에 주변에서 마피아가 어떻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그거에 관련해서 뭔가 아시는건가요?
2:22AM생선 장수: 응? 이 일대가 마피아 놈들 손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기가 뭔가 착각을 했나 싶어 눈썹을 모았다. 잠시 아카시를 뜯어보다가 이윽고 혼자 뭔가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댁같은 젊은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군. 한 50년 전만 해도 여기는 온통 까만 양복 입은 놈들 차지였지. 툭하면 자릿세를 뜯어서 살기 힘들었다오.
2:29AM아카시 세이쥬로:(안타깝다는 듯 살짝 눈썹을 휘며) 그랬군요. 마피아들이 그런 짓을...
2:35AM생선 장수: 당시에 유행했던 거라니? 아, 소문을 들었구먼. 그래, 그놈들 말곤 뭐가 있겠어. (더러운 것을 쫒듯 허공에 휘휘 팔을 내저었다.)
2:37AM아카시 세이쥬로:아, 네. 키가 크고 사납게 생긴 금발남자를...
2:39AM생선 장수: 못 봤는데... 광장 쪽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목격자가 있을지도 모르오.
2:44AM아카시 세이쥬로:그런가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찾아와 이것저것 캐물어봐서 실례 많았어요. (그에게 생긋 웃어보이고 가게를 돌아나선다.)
[광장]
가게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조그만 광장입니다.
중앙에는 분수대가 있고, 아이들이 분수대 근처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어요.
분수대의 한가운데 조각상 하나가 세워져 있군요.
그걸 본 순간, 내쉬가 빼돌린 조각상, 그러니까, 가방 안에 있는 조각상과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듣기 판정.
2:48AM아카시 세이쥬로:
근처의 몇몇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2:48AM행인3: 지금은 애들이 이렇게 뛰어 놀 수 있어서 다행이네.
2:49AM행인4: 거야 그렇지, 어머니 말로는 50년 전만 해도 집 안에 콕 틀어박혀 있었다는군. 마피아가 창궐을 해 대서 사람도 엄청 죽고.
2:49AM행인5: 나는 좀 다르게 들었는데. 마피아가 아니고 사교도 집단이 성행했대. 무서운 일 아니야? 아멘, 아멘.
2:50AM행인4: 유난 떨지 마.
세 구역을 다 돌아보고 난 후, 바로 그 때.
무언가가 당신의 팔을 잡더니 확 끌어당깁니다!
그것의 정체는….
—
오후 3시.
익숙한 얼굴, 반가울지는…모르겠네요.
어쨌든, 내쉬 골드 주니어입니다.
2:52AM내쉬 골드 Jr.:뭘 당당하게 처 돌아다니고 있냐.
2:53AM아카시 세이쥬로:내쉬... 살아있었군.
2:55AM내쉬 골드 Jr.:가만히 못 있고 빨빨 돌아다니는 망할 원숭이 찾으러 왔다, 왜.
두 사람이 근처의 골목으로 몸을 숨긴 그 순간, 아가타와 그 수하들이 근처까지 도달한 것이 보입니다.
제대로 숨지 않으면 들킬 것 같아요! 은밀행동 판정을 시행합니다.
2:57AM내쉬 골드 Jr.:
2:57AM아카시 세이쥬로:
2:59AM내쉬 골드 Jr.:멍청아, 거기 말고 이쪽!
내쉬가 아카시의 뒷덜미를 끌고 골목 안으로 들어간 직후,
아가타와 수하들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3:02AM내쉬 골드 Jr.:당장 죽는 건 면했군. 자, 이제 숨 좀 돌렸으니 보여줘 봐. 그건 잘 가지고 있었나? (무엇보다 먼저 조각상의 안부를 확인한다...)
3:04AM아카시 세이쥬로:...그보다 먼저 숨 막히게 잡고 있는 이 손이나 놔.
3:06AM내쉬 골드 Jr.:쯧, 알았다. (팔을 뒤로 돌리거나 몸을 틀기도 어려운 좁은 골목 안에서, 일부러 안쪽으로 목덜미를 한번 확 끌어당겼다가 놓았다.)
3:09AM아카시 세이쥬로:하아...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조각상을 슬쩍 꺼내며) 자. 그 난리통 속에서 참 다행스럽게도 가방이 떠내려가지 않았지. 정말 신기한 일이야.
3:11AM내쉬 골드 Jr.:신기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너랑 내가 뭐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떠내려 갔으면... 아, 그것도 좀 괜찮았을 거 같긴 하네.
3:12AM아카시 세이쥬로:(어이없는 목소리로) 괜찮았을 거라고? 기차에서 바다로 도망쳐오는 동안 머리를 어디 암석에 부딪히기라도 했나?
3:17AM내쉬 골드 Jr.:넌 아까 얼빠진 짓 하는 거 보니까 스무 번쯤 부딪힌 것 같던데. 그보다 저 놈들은 대체 어떻게 알고 여길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당연히 로마로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젠장. 목적지가 여기였던 거냐고.
3:22AM아카시 세이쥬로:시칠리아에 거의 다 도착해서야 우리를 따라잡았다면 상당히 늦게 알아챘나본데.
3:23AM내쉬 골드 Jr.:시끄럽고 이거나 받아.
내쉬가 건넨 것은 콜트 파이슨 권총 한 자루입니다.
3:24AM내쉬 골드 Jr.: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 나가자고.
3:28AM아카시 세이쥬로:그래. (건네주는 총을 받으며)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이게 전부인가? 네가 쓸 총은?
3:30AM내쉬 골드 Jr.:내 건 당연히 있지. 오는 길에 좀 써서 총알이 간당간당하긴 하지만.
3:31AM아카시 세이쥬로:(작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지?
3:31AM내쉬 골드 Jr.:............끼었다.
3:32AM아카시 세이쥬로:뭐?
3:33AM내쉬 골드 Jr.:썅, 끼었다고. 이 골목 안쪽이 더 좁잖아. 이런 씨발...
3:34AM아카시 세이쥬로:(어이없는 얼굴과 목소리로) 이게 무슨...
3:35AM내쉬 골드 Jr.:그래, 좆만아. 너는 이해 못 하겠지. (옆으로 튼 몸을 도로 돌리려고 낑낑대다) 안 되겠다. 좀 당겨 봐.
3:37AM아카시 세이쥬로:몸이 큰 만큼 뇌까지 커지지는 못했나 보지? 본인의 힘으로 빼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골목에 알아서 끼여줬다는건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근력 판정!
3:39AM아카시 세이쥬로:
단단히도 끼었나 보네요. 힘을 내서 당기다가, 당기다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하는 현타가 오는 순간,
내쉬의 몸이 골목에서 빠져나오면서, 당기는 힘에 의해 그대로 두 사람은 나동그라집니다.
3:43AM지나가는 애기: 엄마, 저 형아들 이상한 거 해.
3:43AM행인6: 쉿!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3:47AM아카시 세이쥬로:(자신의 위에 엎어진 채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내쉬의 머리채를 잡아올리며) ......안 일어나?? 내쉬.
3:50AM내쉬 골드 Jr.:......네가 힘조절 하나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잖아. 그 눈깔은 장식인가? (일부러 아카시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꾸욱 짚고 일어선다.)
3:54AM아카시 세이쥬로:(숙인 허리를 펴고 일어서려는 내쉬의 손목을 잡아채 순간적으로 넘어질 뻔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애초에 네가 멍청하게 벽에 끼이지만 않았으면 이럴 일 없었어. 벽에 박힌 채 평생 살게끔 그대로 두고 가길 원했나봐?
4:01AM내쉬 골드 Jr.:하, 네가 어리버리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급하게 끌고 들어오다가 내가 안쪽에 들어가서 끼이는 일은 없었다고. 아가타 놈 손에 떨어져서 총알받이나 되는 꼴을 구경해줄 걸 그랬나? (아주 일어날 생각이 없는 듯, 썩은 미소를 띄운 얼굴을 오히려 바짝 들이댔다.)
4:09AM아카시 세이쥬로:(혐오스럽단 표정을 짓다 슬쩍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웃으며) 기차에서 헤어지기 전에는 그렇게 다시 못 만나면 어떻게 될 것마냥 굴더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습이 다르다고 하는 게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이던가?
4:12AM내쉬 골드 Jr.:미쳤나? 착각도 유분수지. 다시 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건 네가 아니라 이 쪽이라고. (조각상이 든 가방을 보란 듯이 흔들어 보였다.)
4:19AM아카시 세이쥬로:허. 그 소중하신 가방을 나에게 떠밀어 넘긴 쪽이 누구더라? ...됐다. 이런 지리멸렬한 말다툼으로 낭비할 시간따위 없어. (자신의 얼굴 옆 땅을 짚은 채 무릎꿇고있는 내쉬를 밀어내며 일어선다.)
그때, 뒤에서 “저기 있다!” 하는 외침이 들립니다.
아가타의 수하 하나가 좁은 골목의 뒤쪽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가방을 챙겨 빠져나간 순간,
작살이 정확히! 방금까지 두 사람이 포개져 있던 곳의 바닥에 푹 하고 꽂힙니다.
4:22AM내쉬 골드 Jr.:...완전 본격적이구만.
4:23AM아카시 세이쥬로:누가 시칠리아 아니랄까봐, 대인용 무기가 작살이라니...
4:24AM내쉬 골드 Jr.:이러다간 잡히는 것도 금방이겠군. 잠깐 흩어져서 놈들을 혼란시키자.
다시 품 속에 떠안긴 가방에 대해 추궁할 틈도 없이, 내쉬는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휘리릭 사라집니다.
4:29AM아카시 세이쥬로:(...조각상은 아예 나에게 맡기기로 작정이라도 한 모양인가 보군. 하긴 나도 이것때문에 쫒기고 있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이걸 직접 가지고 있으면 마치 부적이라도 지닌듯한 느낌이 들고 있으니...)
내쉬가 화려하게 시선이라도 끈 모양인지, 아카시는 아가타의 수하들과 전혀 마주치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하지만 이제 어떡하죠? 저 제멋대로인 개새끼는 총알도 얼마 안 남았으면서 무슨 생각인 걸까요.
그러다가, 광장 옆에 세워져 있는 높은 시계탑이 시선에 닿습니다.
저기라면, 시내를 한 눈에 담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어요.
고딕 풍의 오래된 시계탑입니다. 뒤쪽으로 가면 올라갈 수 있는 문이 보일지도 몰라요.
4:48AM아카시 세이쥬로:(이 시계탑... 잘못 올라갔다가 무리에게 발각되면 그대로 퇴로가 막혀서 끝나는게 아닐까?)
탑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발견한 뒷문 앞에는, 노파 한 명이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4:52AM노파: (한쪽 눈이 하얗게 멀어 있다. 타로 카드를 담요 위에 펼쳐 두고 앉아 있다.)
4:54AM아카시 세이쥬로:(왠지 모를 살짝 꺼림칙함을 느끼며) ...예.
4:56AM노파: (타로 카드 한 장을 뽑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노파는 천천히 일어나 탑의 문을 열어 줍니다.
4:58AM아카시 세이쥬로:(열어주는 문을 멍하니 바라본다.) 탑이... 잘못된 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4:59AM노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다만, 지금 내 뒤에 있는 이 탑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네. 50년 전에, 불러서는 안 될 것을 부르려 한 사람들이 있었지. 이곳이 마지막 의식 장소였어. 섬의 시계탑. 상징적이지 않은가. 아마 어느 시대든 무언가를 불러낸다면 이곳이 마지막 장소일 테지.
그 말을 듣고 나면, 탑 위에서 어떤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5:00AM아카시 세이쥬로:
‘밤하늘의 별이 제 자리를 찾았도다,…’
라는 속삭임입니다.
속삭임을 듣고 있자, 그것이 당신을 지나치게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듭니다. SAN(1/1d2)
5:02AM아카시 세이쥬로:
아카시, 이성 -1.
5:02AM아카시 세이쥬로:
이끌리듯이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면,
그 속삭임이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한 가사의 노래입니다.
탑의 바깥쪽으로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입니다.
관찰 판정.
5:05AM아카시 세이쥬로:
재판정 들어갑니다.
5:05AM아카시 세이쥬로:
내려다보면, 도심의 골목과 골목 사이를 달리는 내쉬가 보입니다.
뒤쪽으로는 아가타와 부하들이 그를 쫓고 있어요. 잘 피해서 도망치고야 있지만 상당히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탑 꼭대기에 도착하면, 거대한 종이 보이고, 종 아래에 준비된 작은 제단 하나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때….
가방 안에 있던 조각상이 이상할 만큼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종이, 아무도 치지 않았음에도 울리기 시작합니다.
그러게 제단에 너무 가까이 오면 안 됐던 거죠. 고양이가 불에 고개를 들이밀면 수염을 그슬리듯이, 너무 가까이 가면 위험한 결과가…
물론 지금 나타날 것은 수염 그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종소리가 멈추고, 가방 안의 조각상도 잠잠해질 때쯤,
바닥에서 촉수 몇 개가 솟구치더니…
당신의 가방을 낚아챕니다.
제단은 문어의 입 같은 형태로 변하더니 가방을 삼키고…
곧이어, 무언가가 출몰합니다.
크툴루의 별의 자식
거대한 문어처럼 생긴 이 존재들은 크툴루를 닮았지만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를리에가 가라앉을 때, 거기 살던 존재들이 모두 함께 갇힌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아직도 대양 아래의 깊은 해구에서 심해인의 돌봄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존재들은 우주의 별들에도 있습니다. 특히 황소자리 알데바란 근처의 어느 행성에 있는 할리 호수에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가타는 어딘가 구멍이 나 있는 채로 의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크툴루 대신 크툴루 아래의 별의 자식을 소환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물론 별의 자식조차도 인간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므로….
별의 자식을 마주한 충격에 SAN(1d6/1d20)
5:12AM아카시 세이쥬로:
5:16AM아카시 세이쥬로:
=
아카시, 이성 -18.
순간, 아카시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의 옆, 안정과 안락이라고는 없는 불안정한 장소.
하지만 그 삶은 결코 질리지 않을 겁니다. 항상 새로운 자극을 제공할 거예요. 그게 자신이 지금 제일 원하고 있는 바 아니던가요.
머릿속이, 이 올바른 길을 막는 사람을 단죄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자, 총구가 겨누는 사람은…
나타난 괴물은 곧, 시계탑 지붕 쪽으로 촉수를 뻗더니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 저것을 쫓을 이유는 없죠.
더욱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필요한 총은 언제든, 우리에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요.
계단을 내려가요,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해요.
열두 시를 알리는 종 같은 건 치지 않았고, 신데렐라는 어디에도 없지만.
이렇게 내려가는 걸음은 꼭 동화 속처럼 낭만적이네요!
아가타는 내쉬의 150m 뒤쯤에 있습니다.
5:27AM내쉬 골드 Jr.:아카시!?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야!
5:29AM아카시 세이쥬로:(내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마냥 그의 뒤를 겨눈 총구를 내리지 않은 채 발을 내딛는다.)
5:29AM내쉬 골드 Jr.:뭐, 뭐야. 이봐. 잠깐만. 야!
몇 번의 총소리가 울리고, 사람이 쓰러지고.
하지만 그 소음들 가운데에서 어떤 망설임도 없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풍경 사이에서,
두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이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5:32AM내쉬 골드 Jr.:......제기랄, 식겁했네! 알고는 있었지만 너 그렇게 맛간 눈 하고 있을 땐 알아도 헷갈린다고.
5:44AM아카시 세이쥬로:맛이 가? 난 지극히 평소와 같은데. 이러지 않았다면 당장 네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상황이었잖아? 솔직하게 고마워 하지 그래.
5:46AM내쉬 골드 Jr.:(어이가 없다는 듯 허, 웃더니) 넌 진짜 단단히 맛이 갔어. 덕분에 살았다는 뜻이다. (뒤를 돌아보고 시체 몇 구를 보고 휘파람을 분다.) 죄다 머리통이 날아갔군. 깔끔하게도 맞췄네.
5:49AM아카시 세이쥬로:네가 더 잘 알고 있던게 아니었나? 그 조각상을 훔치자고 한건 너였잖아.
5:49AM내쉬 골드 Jr.:그래, 너도 이제 그걸 봤으니 믿겠네.
5:55AM아카시 세이쥬로:의리니 뭐니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하기는. 그래서 조각상을 빼돌려서 어쩔 셈이었지? 어딘가에라도 버려버릴 속셈이었나?
5:57AM내쉬 골드 Jr.:애●벨 안 봤냐. 함부로 버렸다간 무슨 저주라도 받게? 이런 데 빠삭한 아는 녀석 쪽에 가져가려고 했지.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다 문득 눈치채면,
……어째,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렇죠, 저 피투성이 시체들…
그것도, 길 한복판에.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만한 일은 아니죠?
살인이야!
하는 외침이 들리고.
당신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이것이야말로 황야의 밤.
안정되지 못한 삶의 시작.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배는 곧 다시 출발할 겁니다. 기차도 다시 움직일 거예요. 어디로든.
우리는 잡아타기만 하면 됩니다.
도망하고 방황할 방법은 몇 개든 있어요.
자유와 자극. 뇌에 코카인을 흘려넣는 것 같은 쾌감.
이런 것들이야말로,
절대 거절 못할 제안 아니겠어요!
ED1 : 심장을 뛰게 만드는 황야의 밤

결국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득달같이 알아보는 거지. 이번에도 결국 같이 와 줄 줄 알았다.


멍청한 노인네가 사자 새끼를 고양이마냥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애지중지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웃겨 죽겠다고. (낄낄 웃어젖히다가 콜라를 조금 쏟고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아니, 이 경우엔 인간성의 문제인가? ...뭐해. 얼른 닦지 않고.

지금쯤 아가타 놈도 이게 없어진 걸 알아챘을까? 아니다, 그 놈이라면 세상 모르게 자고 있겠지. 아마 내일쯤 되어서야 알고 눈 뒤집고 쫒아올 거다. 걸리면 이번에야말로 곱게 죽진 못하겠네.
이봐, 아카시. 걸리면 어떻게 죽을 것 같아?

애초에 우리의 소행이라는걸 들킬 일이 없도록 진행시킨것이 이 작전일텐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었나?



그나저나 네가 와 줄 걸 알고 있었다고 말은 했지만 이렇게 순순히 덥석 물 줄이야. 너 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내 말만 듣고 냅다 따라온 거잖아?
(가방의 지퍼를 열고, 조각상을 꺼내들어 불빛 아래서 찬찬히 살핀다.) 이게 아주 중요한 거라고 말은 했지만... 오, 실제로 보니까 진짜 기분 나쁘게 생겼네. 무슨 의식에라도 쓰일 것 같군.

나를 꼬신 뒤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야 다른 임무에서는 통하는 일이었지만 이번 건은 상대가 아가타니까.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적어도 동귀어진 당할 수 있다는 건 너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틀려?

놈은 아마 로마에 돌아가서야 이게 없어진 줄 알 테고, 그때면 우린 이미 시칠리아에 도착해서 거기 죽여주는 해변을 실컷 만끽하고 있겠지. 그리고 놈이 잡으러 오기에 한 발 앞서 느긋하게 떠나는 거야. (무슨 생각인지 시종 히죽거리며 조각상을 만지작거린다.)



보아하니 고고학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 듯 한데... 새로 발굴되어 지금껏 없었던 무언가의 조각상인가?

게다가 어차피 곧 알게 될 거고 말이야. 장담하건대 그때 되면 넌 나한테 아주 고마워할 거다. 지금부터 미리 감사해 둬라, 난 평생을 고마워해도 모자랄 네 평생의 은인이라고.


너 종교가 있던가?



그리고 인신공양이라니. 제발 너의 그 허전한 머릿속의 한계를 나에게 보여주지 말아줘.




일단 생수정도는 사놓는게 좋겠어. 그리고 적당히 허기를 때울만한 무언가라던가.

자극적이지 않고 허기 때울 만한 거. 딱 좋군. 아, 개구리 초콜릿도 사 봐? 존나 리얼하게 생겼네.

둘 다 사양이야. 아쉽게도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알코올은 입에 대지 않는 편이라서. 그리고 초콜릿같이 단건 질색이고.



(맥주를 들이키고 스낵을 우물거리다가, 창문 너머를 보고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방금 생각난 건데, 너 이 동네 괴담 들어본 적 있나?


그 사람이 보인 직후에는 모든 행동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하더라.
안 그러면….


(창문 밖을 쳐다보며) 그 사람이 보이면 모든 행동에 신중해져야 한다, 라... 내쉬 너는 항상 모든 행동에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기준치: | 70/35/14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렇게 깨어나는 경험도 참 특별할 거예요.
불이 환하게 켜진 새벽 한 시의 기차라니. 스낵 카트 몰면서 이런 광경을 몇 번이나 보겠어요?

왜, 특별한 것은 안정이랑은 거리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자극보다는 평안, 황야보다는 안락한 집. 그런 것을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늘 있죠.
헌데 당신 옆의 파트너는, 슬쩍 봤을 때 영, 평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간상이던데요. 그 사람하고 다니면 안락하긴 글렀겠어요….

(얼굴에 여전히 웃음을 유지하고)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볼일이라도?

시칠리아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







어쨌든 이번에 시칠리아에 가게 된 것도 제 의사가 들어간 일이기도 하고...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훗날 골치 아파지게 될 일을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네요.




당신은 어때요. 심장을 뛰게 만드는 황야의 밤인가요, 벽난로와 함께하는 안락의자인가요?






지금도 그래야 할 것 같거든. 네녀석이 이런 데서 죽을 놈이 아닌 건 알고 있어.
괜찮지? 몇 시간 뒤에 섬에서 보자.



아카시, 저 놈이 살살 꼬시던? 하지만 거절할 건 거절했어야지.


일단 몸을 덥힐 수 있도록 어딘가에 들어가 봐야겠군. (근처의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레스토랑에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생선가게에 친절해보이는 주인이 서 있어 그곳에 다가간다.)
꺼져! 당신에게는 팔 물건 없어.


(아카시의 바짓단을 가리키며) 매정하게 대하려고 대한 건 아닐세. 우리 할아버지 때만 해도 말야, 그렇게 하얗게 들러붙은 게 소금이 아니라 마약이었거든.

혹시 당시에 유행했던 것이란 게 마피아들이 그런식으로 자릿세를 마음대로 뜯어내는것이었나요?
그러고 보니 아까 뭔가 물어보지 않았나? 사람 찾는다고 했지.


광장에는 목격자... 아니 본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일단 가보는게 좋겠어.

기준치: | 40/20/8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는 너야말로 사람들로 가득찬 광장에서 뭐 하는 짓이지?

아, 저기 온다. 망할. 저기 골목으로 좀 들어가 봐.

기준치: | 40/20/8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20/10/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투덜거리면서 팔을 뻗어 아카시가 들고 있는 가방 안을 뒤적거렸다.)
아, 찾았다.

...아니, 이 경우는 오히려 빨리 알아챈 편이라고 봐야겠군.




골목 뒤쪽으로 빠져나가지. (자신감 있게 몸을 돌리다가 멈칫한다.)
아, ......망할.






(잡아 달라고 옆으로 팔을 뻗는다.)

어쩔 수 없으니 도와주기는 하겠다만... (건네온 팔목을 잡고 자신의 몸 쪽으로 당긴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래도 지금은 내쉬를 찾을 별다른 방법이 없어. 그리고 탑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행동하면 들킬 일도 없을테고... 보통 저 아래에서 탑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살펴보지야 않을테니까. 올라가보자.)
탑에 올라가려는 겐가?

잘못된 길, 뜻하지 않은 재앙… 탑은 늘 그런 것들을 가져다 주지. 자네에게 뭔가 닥칠 거야.

나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어. 그 자리에 있었다가 눈이 이 꼴이 났지. 이후로 뭔가 미련이 남아 자꾸 이 탑 근처에 오게 된다네.

기준치: | 40/20/8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9/29/11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9/29/11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20
(
)
18
18

(뛰어오다가 멈칫하며) 잠깐만, 지금 총 나한테 겨눈 거 아니지?


(급하게 뒤를 돌아봤다가, 쫒아오는 아가타를 보고, 그 자리에 멈춰서버린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시계탑 위에서 괴물이 나타나길래 다 좆됐나 했더니,
웬 검은 머리 남자가 그 괴물을 끌고 사라지지, 너는 멀쩡하게 내려오지.


난 어릴 적부터 신화에 손 댔다가 쫄딱 망한 인간들을 줄줄히 봐 왔거든. 그런데 그 짓을 저 멍청이가 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 망하겠다 싶었지.
그래서 중간에 중요한 제물인 조각상을 빼돌렸다. 후, 혼자만 도망치려다 막판에 마음을 바꾼 건데, 지금 보니 아주 잘 한 선택이었군.
뭐, 진짜로 몸만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조각상을 빼돌린 건 약간의 의리? 뭐 그런 거지. 어쨌든 몸담았던 조직이니.
아무튼 이번 일로 조직은 난리가 나겠군. 뭐, 저기 시체가 되어 있는 놈이 저지를 뻔한 더 큰 변을 피한 대가지만.


뭐, 이거 하나 있든 없든 이미 의식을 시작한 이상 여럿 죽어나가기야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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